한류

by Yun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내 아시안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지는 좀 되었다. 하지만 문화적 배경이 많이 다른 주류 백인층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못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라고 절친한 미국 지인들에게 DVD를 선물한 일도 있지만, 볼만한 콘텐츠가 넘치는 땅에 사는 그들이 한국 콘텐츠에 호기심을 갖게 하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작년 5월부터 1 년간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느낀 ’한류 열풍’은 주로 아프리카인이나 다른 아시아인 위주였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했을 때 한국 문화 컨텐츠에 대해 관심이 있다며 질문을 던져오는 사람은 꽤 있었지만 그중에서 백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2011년 말 뉴욕의 New Years Eve 행사에 동방신기가 온다고 피켓을 들고 서있던 많은 소녀들 중에 백인은 거의 없었다.

(물론 내가 짧은 기간 동안 미국에서 경험한 것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주로 Michigan의 대학 캠퍼스 내에서 생활하였고 지역적 특수성이나 대학 캠퍼스라는 상황 때문에 내 시야가 가려진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한국의 매체들이 떠드는 ’국제적 한류 열풍’에 대해서 지나친 포장이라고 폄하해왔다. 아무리 세계화 어쩌고 문화 다양성 어쩌고 이야기해도 ’보수적 기독교 백인 남성’으로 대표되는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열풍은 그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정욱님의 이러한 이야기는 ’이제 정말 한류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긍정적인 질문을 갖게 한다. Youtube 2012 Rewind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메인으로 꿰차 앉은 것을 볼 때 확실히 예전과 상황이 많이 변하긴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특히 강남스타일 열풍과 관련해서, 또다시 딴지를 걸고 싶다. 과연 저런 한류 컨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한국의 컨텐츠인지 의식할까라는 의문이다. 외국인들이 강남스타일을 소비할 때 한류라는 카테고리를 의식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요새 뜨는 아시아인이 나오는 재밌는 동영상’인지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한류 컨텐츠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