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

by Yun

요새 Rando라는 앱에 푹 꽂혔다.

Rando는 아주 단순한 사진 공유 앱이다. 인스타그램의 필터 비슷한 게 디폴트로 적용된 동그란 프레임을 통해 무엇이든 찍어서 업로드하면, 잠시 후 전세계의 Rando 사용자 중 임의로(Ramdo-mly) 한 명에게 사진이 전송된다. 조금 기다리면 나 역시 전세계 Rando 사용자 중 누군가가 찍은 동그란 사진을 받는 것, 그게 끝이다.

새빨간 바탕에 하얀 동그라미가 그려진 아이콘 모양이나 스큐모피즘을 배제한 단순한 UI보다도 돋보이는 Rando의 큰 매력은 수많은 제약이다.

Rando에서는 친구를 추가할 수도 없고, 이미 사진을 한 번 주고받은 사람에게 다시 사진을 받거나 보낼 수도 없다. 사진을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기껏해야 어느 도시, 어느 나라인지만 알려주는 위치정보인데, 이마저도 설정을 통해 감출 수 있다. 철저한 익명성이다.

내가 Rando를 통해 찍은 사진은 사진첩에 저장할 수 있지만,[1] 다른 사람들이 보낸 사진은 사진첩으로 내보낼 수 없다. 그 사진들은 Rando 앱 안에서만, 시간순서대로 열람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앱 내에서 스크린샷을 찍어 크롭하는 삽질을 한다면야 가능하겠지만…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비직관적이라는 것은 결국 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Rando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너무 많다. 나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것들을 트위터에서 이야기했는데, 역시 트윗에서도 ’하지만 그러면 Rando가 아니겠지’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러한 제약은 앱의 완성도가 낮다는 증거가 아닌, 세심하게 설계되었다는 증거다.

Rando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후면 카메라만 사용할 수 있고, 사진첩에서 불러와서 프레임을 적용할 수도 없다. Rando는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공유하길 원한다.[2]

그리고 Rando에서 사진을 받으려면 한 장을 보내야 한다. 하나를 보내야 하나가 온다. 그리고 이것은 즉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때때로 시간이 조금 걸린다. 내 사진이 누군가에게 전송되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사진을 받으면 푸쉬 알림이 온다. 난 이 알림이 오기를 기다린다.

Rando를 사용하면서 나는 최근에 Joshua Kopstein이 The Verge에 쓴 SnapChat에 대한 글이 기억났다.

[…] temporary media apps like Snapchat are a welcome response to our current state of social media overload, where images and information are so unrelenting and overabundant that their individual value approaches nil.

Rando는 SnapChat처럼 사진을 볼 수 있는 시간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별의 가치가 0에 수렴하는 스트리밍 플로우 속의 한 장의 사진이 아닌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준다는 점이 일치한다. SnapChat은 시간제한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Rando는 1:1 교환의 원칙을 통해서. 트위터나 텀블러, 인스타그램의 플로우 속 다른 사람이 업로드한 사진보다 Rando에서 받은 사진이 훨씬 더 내 주목을 잡는다.

내가 Rando에게 기대하는 것은 저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제약이 풀리면 Rando가 아니게 된다. Facebook 연동? 친구 찾기 기능? 이런 게 생기는 순간 나는 Rando를 떠날 것이다.


  1. (아이폰 기준으로) 처음 앱을 다운받아 실행할 때 사진첩에 접근하도록 허용해주면 찍는 모든 사진이 자동으로 사진첩에 저장된다.  ↩

  2. 아이폰에서만 사용해보았는데, 안드로이드도 동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