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oo!의 Tumblr 인수

by Yun

IT 소식들도 주말에는 조용한 편인데 이번 주말은 달랐다.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지난 주말, Yahoo![1]가 Tumblr를 $1B에 사려고 눈독을 들인다는 AllThinsD의 기사가 시작이었다. 몇 시간 후, ‘너무 싸서 안 팔랍니다’라는 소문의 기사가 돌았지만[2] 다음날 WSJ가 트윗을 통해 Yahoo가 $1.1B의 현금으로 Tumblr를 인수했다고 확인해주었다. 마침내 월요일, YahooTumblr 모두 인수 사실을 공표했다.

Yahoo가 Marissa Mayer를 CEO로 임용한 이후 지속적으로 다른 서비스를 인수해온 것은 익히 들었지만, Tumblr는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의 금액 — 무려 현금으로 $1.1B — 일 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 숫자도 엄청나다. 또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무너져가던 — 비록 Marissa Mayer 이후로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지만 — 케케묵은 이미지의 Yahoo와 비교적 어리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해온 힙한 블로그 플랫폼 Tumblr의 결합인지라 더욱 극적이다. 하나의 문장 안에 등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질적인 고유명사의 결합인 셈이다.



뉴스를 처음 듣는 순간 반발심이 앞섰다. 수많은 Tumblr를 RSS에 추가해놓은 개인으로서, 두 개의 Tumblr를 운영하는 사용자로서, 나는 Tumblr가 얼마나 독특하고 고유한 공간인지 느끼고 있다. Tumblr는 컨텐츠 규제가 거의 없어서 각종 포르노와 마이너한 오타쿠/팬덤의 중요한 서식처이며, 고양이 사진을 비롯한 GIF의 천국이다. Tumblr는 무법자 대스타인 셈이다.

반면, 나는 Yahoo 세대가 아니다. Yahoo에 대한 나의 인식은 Google 이전에 꽤 잘나가던 기업, 그나마 사용하는 서비스는 Flickr인데 그것도 개선이 많이 필요함, iPhone Weather app에서 데이터를 긁어오는 곳, 최근에 한국에서 철수한 기업이라는 정도다. 기술 지향적이고 혁신을 꾀하는 발 빠른 기업이라기 보다는,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방식으로 밥통을 지키려는 마케팅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다분하다. 이제 현역에서 물러난, 흉하게 늙어서 고집만 센 할아버지 느낌이랄까.

그런데 갑자기 이런 기업이 뜬금없이 Tumblr를 인수한다고 하니, ‘너네가 뭔데 감히!?’라는 생각부터 떠오르는 것이다. 아니, Yahoo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Apple이 인수한다고 해도, 코카콜라가 인수한다고 해도[3] 반발할 것이다. 내 마음속 Tumblr의 입지는 이 정도인 것이며, 다른 많은 Tumblr 사용자 역시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이제 분노를 좀 삭히고 생각해보자.

일단 오늘 양측의 발표덕분에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Yahoo가 Tumblr를 셧다운하거나 망칠 것이라는 걱정은 접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Tumblr의 CEO인 David Karp와 그의 팀은 인수 이후에도 독립된 팀으로 — 마치 Facebook의 Instagram처럼 — 한동안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e’re not turning purple.

걱정은 놓았다고 치고, 이번 인수가 Tumblr에게 이득을 줄까?
일단 피인수 기업의 가장 큰 수혜인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Pinterest, FourSquare와 함께 ‘잠재 가치는 높지만 마땅히 돈은 못 버는 서비스’ 클럽의 멤버였던 Tumblr는 이제 모네타이징 고민에서 면제되었다.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큰형님이 있기에,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Tumblr는 너무 급격한 성장으로 트래픽을 견디지 못해 블랙아웃 되는 사건이 잦았는데, 이제 걱정할 필요 없다.
비록 Yahoo가 주류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명실상부한 검색 엔진이다. Tumblr에는 컨텐츠가 쏟아져나오지만, 아직 검색 기능이 많이 부족한 데, 이것을 보충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외 IT 블로거들의 Marissa Mayer에 대한 신임과 기대가 상당히 높다. Jim Dalrymple, Stephen Hackett, Dustin Curtis 모두 Marissa Mayer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Yahoo를 보여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벤쳐 투자자 MG Siegler도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다른 사람들의 보증 이외에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Marco Arment 때문이다. Marco Arment는 David Karp와 함께 Tumblr를 만들었다.[4]
내 추측이지만, David Karp는 Tumblr의 인수와 관련해 Marco Arment와 상의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Marco의 긍정적인 답변이 있었기에 이번 거래가 성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Marco Arment를 지나칠 정도로 신용하며, 절대 그가 사용자에게 해악이 되는 결정을 추천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아직 Marco Arment의 블로그에는 Tumblr의 인수 소식에 관한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비록 Yahoo의 Tumblr 인수는 이성적으로 올바른 결정이고 모두가 입을 모아 Tumblr를 ‘망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진흙에서 진주를 만들어낸 어린 개발자가 대규모 자본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모네타이징을 성공하는 동화 같은 스토리가 더 극적일 것이라는 아쉬운 기대가 있었다. 이제 Tumblr를 사용할 때마다 저 위쪽에 보랏빛 느낌표가 있다는 것을 알기 싫어도 의식하게 될 것이다.

Sparrow App은 Google에 인수된 후 남아있지만 더 이상의 업데이트는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공교롭게도) Yahoo에 인수된 Stamped는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Posterous 역시 Twitter에 인수되었고, 얼마 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비록 인수로 말미암은 것은 아니지만, Google Reader는 오는 7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IT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사용하는 서비스들이 지각변동을 겪는 것을 자주 봐왔다. 결국, 인터넷에서 내가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는 휘발성이 강하다. 어떤 서비스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 서비스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하거나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1. Yahoo!의 공식적인 상표명은 느낌표를 포함하지만, 계속해서 느낌표를 쓰는 것이 어색하므로 생략한다. (개인적으로 Yahoo!가 상표명에서 느낌표를 제거하고 덜렁거리지 않는 글꼴로 로고를 리디자인하길 바란다.)  ↩

  2. 그리고 나는 조금 통쾌하였다.  ↩

  3. 내가 문장에서 코카콜라를 꺼내면 최상급인 것이다.  ↩

  4. 불과 며칠 전만 해도 Wikipedia의 Tumblr 항목에서 Marco Arment를 Co-founder라고 표기했었는데, 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CTO로 변경되어 있다. 이틀 전 Marco Arment가 자신은 그저 피고용인일 뿐이라고 밝힌 트윗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트윗을 통해 내가 궁금해 하던 것 — Marco Arment가 아직 Tumblr 지분을 갖고 있다면 이번 인수로 돈을 짭짤하게 벌었을 것이라는 추측 — 도 해결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