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Rando 발음

by Yun

별 것도 아닐 것 같은 Rando의 발음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조금 전, Rando의 발음은 Rambo의 그것과 같다는 개발자의 답장으로 ‘란도’가 맞다는 글을 썼는데, 이는 Rambo가 ‘람보’일 거라는 의심없는 믿음 때문이었다. 혹시 몰라서 재빠르게 ‘How to pronounce Rambo’라고 검색해서 Youtube 영상을 보았기에 ‘람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Rambo가 ‘람보’가 아닌 것 같다.
일단, 내가 성급하게 확인했던 Rambo 발음 영상을 제작하는 Emma Saying이라는 계정은 그저 2012년부터 여러 단어들을 녹음하는 개인으로 추정된다. Rambo는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 이름이고, 이러한 고유명사는 영화 내에서 직접 발음된 것이 소위 ‘정석’, 옳은 발음 방법이라고 간주해야 할 것 같다.[1]

Rambo는 [rӕmboʊ’] 램보’ 혹은 ‘램보우’ 혹은 ‘룀보우’, 고로 Rando 역시 [rӕndoʊ’] ‘랜도’ 혹은 ‘랜도우’ 혹은 ‘뢴도우’가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한글로 표현이 어려운 발음을 갖고 그렇게 꼬투리를 잡나?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 낭비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일단 나는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를 좋아하며, 한 두 명이 아닌 대한민국 사용자 대부분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기하고 있다면 적어도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몇 주 전, 수업시간에 Aereo TV를 언급할 일이 있었는데, 도무지 Aereo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몰라 고생했다. 나는 Aereo TV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기사를 통해서만 읽었을 뿐, 한 번도 발음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2]
디지털 시대, 멀티미디어의 시대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터넷에 흐르는 많은 정보는 텍스트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그리고 텍스트만을 이용한 정보에서 발생하는 오해나 오역이 상당할 것이라고 추측된다.

Tumblr는 ‘텀블러’라고 발음되지만, 원래 존재했던 단어인 커피 타먹는 텀블러의 올바른 철자는 ‘Tumbler’다. Tumblr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큰 유명세를 탄 적이 없었는데, 최근 Yahoo!에 비싼 가격에 인수되어서 우리나라 언론에도 다뤄졌다. 다행이도 보도된 국내 뉴스 기사에서 Tumblr의 철자를 커피 텀블러의 그것과 혼동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지만[3], Rando를 가정해보자. 만일 Rando가 어떠한 이유에서 한국 언론에 큰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기자들이 인터넷에 만연한 ‘#란도’를 보고 기사에서도 ‘란도’라고 표기한다면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Rando가 ‘란도’이건 ‘랜도’이건, 아니면 사실 R이 묵음이라서 ‘앤도’이건, 더이상 Rando의 발음에 대한 글을 올리지 않겠다. 나도 조금 지겨워하고 있다.


  1. 모바일에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1분 4초를 확인해라.  ↩

  2. 이 영상에서 발음을 확인할 수 있다.  ↩

  3. Tumblr의 경우는 Rando나 Aereo처럼 ‘발음은 모르는데 철자는 아는 경우’라기 보다는, ‘발음은 명확한데 철자가 예상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경우’라서, 외신 기사 텍스트를 ‘읽고 옮긴’ 한국 기자들이 실수를 할 여지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