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관광객과 지하철

by Yun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음료수를 잔뜩 들고 다니는 중동 관광객 가족을 보았다. 큰 비닐봉지에 무거운 1.5리터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를 예닐곱 개를 넣고 다녔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마 그 부부는 서울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고, 관광하는 동안 소비할 음료가 필요했으며, 묶는 호텔이나 숙소 주변에서 음료를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서 일단 보이는 데로 산 다음 무겁게 숙소로 옮기는 중인 것 같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형 마트나 Grocery Store로부터 숙소와의 접근성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는 타지를 여행하면, 들고 다니는게 고달프더라도 일단 보일 때 사놓는 경우가 있다. 외국어로 도배된 음료[1]보다, 친숙한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를 발견하고 다른 곳(숙소 근처)에서는 이걸 판매하는 곳이 없을 거라는 가정하에 일단 쟁여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런던의 지하철은 중심 지역으로부터 Zone 1부터 Zone 6까지 동심원을 그리며 구분되어 있고, 더 많은 Zone을 드나들 수 있는 지하철 표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관광객은 사실상 Zone 1~2만을 운행하는 정기권만 있어도 관광하는데 무리가 없으며, Zone 6에 있는 윈저 성을 관람할 때는 1회권을 끊는 것이 경제적이다. 나라와 도시마다 다른 대중교통 시스템을 익히기 위해서 매번 검색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1.5리터 크기의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를 몇 개씩 이고 지하철로 운반하는 것은 명백한 노동의 낭비다. 도시마다 다른 지하철 시스템때문에 쩔쩔매는 것은 관광할 때 항상 겪어야하는 불안함이다. 관광객이라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하는 시행착오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소한 이음새를 매끄럽게 해결해주는 여행을 만들려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1. 남양유업 17차의 패키지만 보고 어떤 종류의 음료인지 알고 선뜻 집어드는 외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런 패키지를 보고 무슨 종류의 음료인지 알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