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과 Windows의 클립보드

by Yun

본성이 게으른 탓도 있지만, 최근 몇 주간 특히 더 블로그에 업데이트가 없었던 이유는 그 사이에 단기 인턴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기 인턴으로서의 업무는 아주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잘 안쓰던 윈도우를 억지로 쓰려니 상당히 애를 먹었다.[1] 나는 OS X에서 여러 개의 Spaces를 열어 놓고 작업 공간을 여유롭게 사용하는 편인데[2], Spaces를 이용하면 Byword와 같은 가벼운 텍스트 에디터 앱을 열어놓고 웹 페이지에서 긁은 텍스트를 임시로 올려놓거나 메모를 하는 데에 최적이다.

고맙게도, 내가 근무하는 곳은 내가 맥북을 가져와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줬다. 하지만 맥에서 도저히 타협이 불가능한 것들, pptx 파일을 제작하는 일[3] 등은 윈도우에서 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맥에서 작업하고 필요한 것만 윈도우로 옮겨 작업하곤 했는데, 이 과정이 매우 번거로웠다. 내가 필요한 것은 대체로 맥에서 다듬은 텍스트를 빠르게 윈도우로 옮기는 것인데, 이 과정이 5초 이상 지연되면 답답함을 넘어서 스스로 한심함을 느낀다.

필요할 때마다 텍스트를 파일로 저장해 USB로 옮기는 것은 아마 가장 느린 방법일 것이다. 맥에서 윈도우로 텍스트를 옮기는 것은 1분에도 두 세 번씩 필요한 일이다. 파일로 저장하는 시간, USB를 끼웠다 분리하는 번거로움, Windows 7에서 USB를 연결할 때마다 뜨는 팝업, 클릭질로 E 드라이브를 찾아가는 노고 등을 매번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마조히스트가 아닐까.

다듬은 텍스트를 파일을 Dropbox를 이용하는 것 역시 비효율적이다. USB를 사용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파일을 생성해서 옮긴다는 것 자체가 많은 클릭 횟수를 요구한다.

파일을 생성하는 과정 자체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피해야한다. 웹을 통해 싱크되는 도구를 사용해서 맥 화면을 바라보다가 고개만 돌리면 윈도우 스크린에 바로 띄워줄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윈도우용 iMessage가 있다면 최고의 솔루션일 것이다. iMessage를 클립보드로 활용하는 방법이 얼마나 유용한지 OS X와 iOS를 같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꿈과 같은 이야기일 뿐.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협업 도구 혹은 웹 기반의 문서작성 툴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선 협업도구의 대명사 Google Docs에서 문서를 열어 웹 클립보드로 활용하는 방법은 최고다. 동기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내가 맥에서 크롬 창을 열어서 Google Docs에 무언가를 적으면 윈도우에서 보는 Google Docs에서도 거의 타이핑하는 그대로 옮겨진다.

또 한가지 기억난 것이 얼마 전에 초대장을 받은 Editorially다. Editorially는 Ben Brooks가 쓴 Quip에 대한 소개글을 통해 알게되었고, 현재 초대장이 있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Editorially는 Markdown을 지원하는 웹 서비스 협업 도구다. 너무 단순해서 소개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텍스트 에디팅 문서를 만들고, 각 문서별로 같이 작업하려는 사람을 초대할 수 있다. Google Docs처럼 메모 기능을 지원한다. 여기에 덧붙여 Timeline을 지원해서 다른 사람이 변경한 부분에 대해 비교하거나 다시 예전 버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이티브 앱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지원하는 플랫폼이 한 개도 없다.

나는 이 Editorially를 전혀 협업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훌륭한 카피-앤-페이스트 옮김이 역할을 한다. 맥에서 필요한 기사의 일부를 긁어 Editorially에 붙여넣으면, 윈도우 노트북의 Editorially 화면에 5초 안에 뜬다. 이걸 다시 복사해서 ppt나 word 파일에 붙여넣는 것을 반복한다.

Editorially의 특징은 마크다운을 지원하고, 협업 툴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나는 그 두 가지 중 어떠한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저 빠르게 여러 브라우저 간 싱크가 된다는 기본적 기능이 필요했고,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그 기능을 구현해주는 해결책을 찾던 도중 Editorially에 닿게 된 것이다.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내가 원하는 목적에 딱 맞는 해결책을 찾기 힘든 경우가 있다. Google Reader의 대체재를 찾으면서도 느꼈다. 시중에 나와있는 솔루션 중에 필요한 부분만 빼서 쓰는 사용 행태는 많은 것 같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iMessage를 클립보드로 활용하는 방법’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때때로 커피 머그잔이 가장 훌륭한 망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 덧붙여, 배열이 다른 키보드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이 문제는 하루나 이틀 정도 적응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그 하루나 이틀 동안 내 손가락을 저주하였다.  ↩
  2. OS X의 Spaces를 빠르게 사용하는 팁 중 하나는 Control+1 등의 키보드 숏컷으로 스페이스 간 이동하는 것이다. 키보드 설정에서 토글해줘야 한다.  ↩
  3. Keynote에서 pptx 파일로 Export가 가능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ppt 파일 제작은 에이전시가 클라이언트에게 바로 보여줘도 괜찮을 정도의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