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벙어리

by Yun

언제부터인가 나는 페이스북에서 가급적 무언가를 하는 것(포스팅,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너무 길고 몇 번 더 등장하니 PLCS(Post, Like, Comment, Share)로 쓰겠다)을 삼가게 되었다.

나는 주로 한 번이라도 면식이 있는 사람들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는 편이고, 대체로 학창 시절 친구들, 각종 행사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페이스북 친구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요새 페이스북은 내 친구가 하는 PLCS를 타임라인에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우측 상단의 Ticker Bar에 표시해준다. 이 Ticker Bar를 이용하면 말 그대로 내 페이스북 친구가 했던 모든 PLCS를 열람할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남성인 페이스북 친구가 여성인 페이스북 친구의 글에만 집중적으로 좋아요나 댓글을 달거나, 성적으로 자극적인 게시물을 좋아요 누르는 것이 꽤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하는 그런 행동들이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도 노출된다는 것을 알면서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끔 랜덤하게 노출되는 어떤 남성 페이스북 사용자의 여성 사용자 포스팅에 대한 줄줄이 댓글은 좀 과장되게 표현해서 집적거린다는 느낌이다.

중요한 점이 바로 이부분이다. 내가 ’과장되게 표현해서 집적거린다는 느낌’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러한 이유는 내가 그 남성 사용자와 여성 사용자 사이의 관계, 즉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맥락이 부재한 채로 랜덤하게 올라온 하나의 포스팅에 달린 댓글만을 보고 오해를 하는 것은 분명 나쁜 것이지만 분명 다들 그렇게 오해하고 있을 것이다.[1]

내가 다른 사람을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도 나를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는 두시백[2]으로 오해받기 싫어서 자연스레 아무런 PLCS를 하지 않는 페이스북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추가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다른 남자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PLCS 하는 것이 보이지만, 웬지 모르게 디지털 공간에서는 여성편력이 남성편력보다 부각되어 보이는 것 같다.[3]


  1. 보스톤 폭탄 테러 사건 이후, 밥솥을 사려고 검색하던 아내와 백팩을 사려고 검색하던 남편 부부가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아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맥락을 알 수 없다.  ↩
  2. 어떠한 의미에서 연서복 같은 느낌인지도.  ↩
  3. 이 부분은 개인에 따라 느끼는 바가 충분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남들보다 심하게 조바심내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내가 남자기 때문에 이렇게 느끼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