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로서의 페이스북

by Yun

오늘 ‘추락하는 계원예대 융합예술과’라는 글이 올라와 사람들 사이에서 떠들썩했다. 이 글의 요지는 박유정이라는 이름의 계원예대 신입생이 계원예대 홍성민 교수가 수업시간에 제시한 ‘50–50 필독도서와 필감영화’와 그걸 시험을 통해 강제로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계원예대 교육 시스템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는 글이다.
그리고 얼마 후 홍성민 교수는 이 글에 대한 답글을 게시하였다.

나는 디자인 전공생도, 계원예대와 관련이 있는 사람도 아니니 이 이슈에서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내가 이 현상에서 주목하는 것은 김유정 학생의 ’비판’이나 홍성민 교수의 ‘답글’ 모두 페이스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오프라인 인간관계)의 동의를 구하며 어떠한 현상을 비판하거나 누군가를 ’저격’하려고 시도할 때 페이스북만 한 채널이 존재하나 싶다. 페이스북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높은 접근성을 가지면서 즉각적인 인터렉티브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채널이 없다. 블로그는 죽었고, 트위터는 사용자 숫자가 비교적 적을 뿐만 아니라 140자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페이스북처럼 실제로 얼굴을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으면서 언제나 들여다보는 매체가 있을까.

일단 페이스북은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 싸이월드는 주로 10대와 20대 사이에서만 폭발적으로 사용되고 끼리끼리 모이는 느낌이었다면, 페이스북은 친구, 언니, 오빠뿐만 아니라 팀장님, 사장님, 교수님, 클라이언트 등 모두가 보고 있다. 만일 당신이 직장 상사나 클라이언트 등 피하고 싶은 사람들과 일부러 친구를 맺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이 쓴 글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들었던 SNS에 대한 특징 묘사 중 하나가 ’휘발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타임라인 형식으로 시간 순서에 따라 컨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묘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뉴스피드에서 Top News와 Most Recent 토글할 수 있는 설정을 없애고 무조건 Top News만 보이도록 바뀌었다. 그리고 이는 한 번 발행한 컨텐츠의 휘발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글이 반복적으로 Like가 눌리거나,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내 다른 페이스북 친구가 그 글을 다시 공유하거나 할 경우 계속해서 해당 글이 상위로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에서는 모든 사용자 개개인이 동등하다. (혹은 동등한 것처럼 보인다.) 페이스북은 교수님의 것도, 팀장님의 것도 아닌, 거대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중점화된(centralized) 매체다. 학교 게시판처럼 교수나 학교 관계자가 좀 더 막강한 파워를 갖는다는 느낌이 없다. 나 이외의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센서십할 염려가 없다. 페이스북 약관을 위반하는 음란물이나 저작권 위반 컨텐츠가 아니라면 내가 쓴 글이 ’운영 측의 결정’으로 사라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다 같이 쓰는 게시판’의 형식을 취하는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기에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채널이라고 간주되는 것 같다. 홍유정 학생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어떠한 채널을 선택해야 할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아마 별 고민 없이 자동적으로 페이스북을 선택했을 것 같다.

페이스북은 적어도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SNS로 자리 잡는 것은 성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