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자동차와 오트밀

by Yun

내 꿈의 자동차는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드로리안이지만, 2013년 말까지 전기차로 재출시하겠다는 뉴스 이후로 드로리안에 대한 소식은 잠잠하다. 드로리안보다 현실적인, 현재 시중에 판매하는[1] 최고의 자동차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테슬라 모델 S(Tesla Model S)다.

테슬라 모델 S는 지금까지 접해온 베이퍼웨어(Vaporware), 즉 실제로 상용화되긴 어렵지만 기술만 독특하다고 광고하는 제품들과는 달리, 상용화에 성공한 전기자동차다. 테슬라 자동차 회사(Tesla Motors)는 구매자들의 편리와 판매 확대를 위해 대도시 근교에 무료 테슬라 충전소를 운영하는 등, 휘발유 자동차의 세대교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나처럼 테크 뉴스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면 테슬라 자동차의 CEO인 엘론 머스크(Elon Musk)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이후 IT업계에서 유명하다는 테크놀로지 에반젤리스트 목록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다. 테슬라 자동차 회사 이전에도 Paypal, SpaceX와 같은 독특한 벤처를 설립한 화려한 경력에, 미 서부를 연결하는 초고속 교통 시스템인 하이퍼루프(Hyperloop)를 고안하는 등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끌어낼 뿐만 아니라, TED에서 강연하는 등 대외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2]

내가 수년째 구독하는 사이트 중 오트밀(The Oatmeal)이라는 카툰 사이트가 있다. 매튜 인맨(Matthew Inman)이라는 카투니스트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단순한 생활 개그나 사회 풍자 등 다양한 만화를 그리는 사이트인데, 이 카투니스트의 열정 중 하나가 미국의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에 관한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자라며 읽었던 위인전이나 학교 교육을 되돌아보아도, 동시대에 살았던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의 업적에 비해 니콜라 테슬라의 업적은 평가절하되었다. 사실 에디슨은 테슬라를 착취한 악덕 고용주이며 비열하고 치사한 두시백에 불과했다. 전구를 발명한 사람이 에디슨이라는 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며, 에디슨이 자신이 발명한 것처럼 알리기 위해 못된 수를 썼던 것이다. 최근까지 에디슨이 테슬라보다 더 칭송받았던 이유는 모두 에디슨이 테슬라를 상대로 펼쳐온 네거티브 전략의 영향이 크다.

이렇게 실제 업적과는 다르게 니콜라 테슬라가 역사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것을 아쉬워한 매튜 인맨은 오트밀을 통해 테슬라의 업적과 에디슨과의 관계 등을 소개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

이러한 그의 열정 중 하나가 테슬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박물관을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는 뉴욕 주에 워든클리프 타워(Wardenclyffe Tower)라고 불리는 실험실을 세워, 지구 전체에 무선으로 에너지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자금의 문제로 실험은 완성되지 못했고 세계 1차 대전 도중 이 시설은 파괴되고 말았다. 이후 워든클리프 타워의 실험실 용지는 최근까지 어떤 필름 생산 업체의 소유였는데, 해당 업체는 2012년 중순에 이 용지를 팔기 위해 내놓으면서 남아있는 테슬라 실험시설을 모두 해체한 채로 판매할 수 있다고 옵션을 걸어 광고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매튜 인맨은 위대한 발명가의 마지막 흔적을 보존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비영리 기구를 설립하고, 워든클리프 타워 실험실 용지를 매입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여 33,00명에게 137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때, 테슬라 자동차의 엘론 머스크도 2,500달러를 기부하였다. 결국, 테슬라의 실험실 용지는 다른 영리 기관에 넘어가지 않고 안전하게 테슬라 박물관 건립을 위한 비영리단체의 소유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 스토리다. 사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공익을 위한 테슬라 박물관 건립을 위해 독자들을 설득하고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한 것은 테슬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커뮤니케이션 수완이 빛을 발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실험실 용지를 사들였다고 박물관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용지에 남아있는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건물을 짓는 등 진짜 박물관이 되기 위해서는 80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매튜 인맨은 그저께 이 박물관 설립 비용에 관한 카툰을 오트밀에 올렸다. 여기서 테슬라 자동차의 이야기를 꺼낸다. 테슬라 자동차 회사는 실존했던 인물 니콜라 테슬라와 어떠한 연관도 없으며, 회사의 설립자 중 테슬라의 가족과 관련 있는 사람도 없다. 테슬라 자동차가 테슬라의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는 모든 테슬라 자동차의 모터가 테슬라가 고안한 특허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라는 이름 자체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으며, 테슬라가 등록했던 특허 또한 시효가 지나 만료되었기 때문에 테슬라 자동차가 테슬라의 이름을 사용하는 데 어떠한 법적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맨은 엘론 머스크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테슬라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나(인맨)와 같은 긱이 열광할만한 좋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엘론 머스크가 하는 일들, 테슬라 자동차나 SpaceX는 모두 사람들을 가슴 뛰게 하는 기발한 사업들이며 열렬한 팬으로서 지켜보고 있다고. 그리고 당신의 팬으로서 제안하기를, 당신이 테슬라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고 테슬라라는 이름을 슬기롭게 사용하는 방향으로서, 지난번 2,500달러에 이어 이번에는 800만 달러를 모두 기부하는 것이 어떠냐고 정중하게 요구한다.

뻔뻔스러우면서도 대담한 요구다. 하지만 절대 얄밉지가 않다.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 자동차 회사가 테슬라 박물관 건립을 위해 기부를 해야 한다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와 니콜라 테슬라에 관심이 있는 독자와 공중에게 이 기부가 모두에게 이로운 행동이 될 것이라고 호소력 있게 설득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엘론 머스크가 이 요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부탁한 8백만 달러 전액을 기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테슬라 박물관 건립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 부탁을 받아들일 아무런 의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한 엘론 머스크도 대단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테슬라 자동차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부탁에 응해야 한다고 인식 변화를 이끌어낸 매튜 인맨의 PR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1. 비록 북미에서만 구매할 수 있지만.  ↩

  2. 상당히 효과적인 PR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SpaceX나 테슬라처럼 신기하고 흥미를 끄는 사업에 대중의 관심을 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펀드 레이징이나 매출 증가와 같은 금전적 이득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제동을 거는 법규에 대한 공중의 인식 변화를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