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숨길 것이 필요한 이유

by Yun

요새 카카오톡 정부 검열 사건과 관련하여 시끄럽다. 정부의 감시에 대한 개인의 두려움과 거부가 여과 없이 표출되는 것을 보면 마치 작년 미국에서 Edward Snowden 폭로 당시를 보는 것 같다.

그 당시 흘러나온 수많은 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Whisper Systems[1]의 CTO였던 보안전문가 Moxie MarlinspikeWIRED에 기고한 글이다.

이 글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숨길 것 없고 떳떳한 사람이라면 감시에 대해 두려워할 이유가 있나?’, ’뒤가 구리니깐 감시를 반대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기술적 이야기와 추상적 설명이 많아 애를 먹었지만, 아래에 전문을 번역해보았다. 나와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여러분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13년 6월 미국의 상황에 대하여 쓴 글이기 때문에 국내의 현재 상황과 같지 않다. 특히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상황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연방 법의 모호성은 국내의 문제 요인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하이퍼텍스트 링크는 원본 글과 동일하게 남겨두었으며, 이텔릭 강조 역시 원문을 따랐다.



마치 2000년대로 되돌아온 것 같다. 당시에는 Carnivore, Echelon, Total Information Awareness와 같은 감시 프로그램들이 디지털 환경에서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PRISM, Boundless Informant, FISA orders와 같은 프로그램이 우려를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과거의 프로그램들은 정부가 기술을 사용해 직접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들여다보려는 “근접(proximate) 감시”라고 규정할 수 있다. 반면, 최근의 감시는 “간접(oblique) 감시”로, 정부가 그저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나 검색엔진, 소셜 네트워크, 통신사 등 정보가 모여지는 곳으로 가는 행태를 띤다.

그때나 지금이나, ’숨길 게 없으면 감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개인정보 보호론자들을 괴롭힌다. 특히 그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 서비스나 G메일과 같은 정보 수집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간주한다. 이러한 그들의 태도는 “간접” 감시의 상황에서 앞의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더 아리송하게 만든다.

우리가 무엇을 숨길 필요가 있다는 것을 항상 알 수는 없다.

리젠트 로스쿨 교수이자 전직 변호사인 James Duane는 그의 명강의에서 경찰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현재의 연방 범죄 법률은 그 규모가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의회 연구 서비스(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는 현재 연방 범죄의 숫자도 파악하지 못한다. 연방 범죄에 관한 법률은 50편이 넘는 미국 헌법에 흩뿌려져 있으며, 대략 27,000페이지를 아우르는 규모다.
더 나쁜 것은,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다양한 규제 기관에서 반포한 행정 규정의 조항과 허가까지도 명시된 헌법 항목에 포함된다는 것이다.[2] 이러한 규정의 숫자는 더 불명확하며, 미국 변호사 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는 “대략 10,000개”라고 추정할 뿐이다.

만일 연방 정부가 몇 개의 법이 있는지도 셀 수 없다면, 개인은 어떻게 그들의 행동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확실할 수 있을까?

대법원의 재판관 Breyer이 상세하게 설명한다:

수천 개의 항목으로 성문화된 미국 헌법, 그리고 위법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무한대에 가까운 상황은 현대의 연방 범죄 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그 누구도 특정 발언이 차후에 (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일정 크기보다 작은 가재를 소유하는 것이 미국 연방법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네가 그것을 식료품점에서 산 것인지, 다른 누군가 준 것인지, 자연사한 이후 발견한 것인지, 심지어 자기방어를 위해 죽인 것인지는 상관없다. 너는 가재 생사에 상관없이 감옥에 갈 수 있다.

만일 연방 정부가 네가 지금까지 사용한 모든 이메일과 통화했던 전화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면, 27,000페이지의 법규와 10,000개의 행정 규정을 통해 위반 사항을 찾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너는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지, 아마 숨길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숨길 것이 있어야만 한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콜로라도와 워싱턴주의 대마초 합법화 또는 몇몇 주들의 동성혼 합법화와 같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할만한 법 개정이 있었다.

변화가 일어난 주의 대다수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반긴다. 미국 민주주의 절차의 예찬론자들은 시스템이 하위에 종속된 개인에게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제공할 수 있는 예시로 이러한 법 개정을 인용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이다. 법안은 정말로 통과되었다.

종종 간과되는 사실은, 이러한 합법적 승리는 법을 어길 수 있는 능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3년에 동성혼을 합법화한 미네소타 주의 경우, 소도미 법이 2001년에 삭제되기 전까지 동성애 자체가 불법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최근 워싱턴과 콜로라도 주에서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두 주에서 대마초의 개인적 사용은 명백한 불법이었다.

모든 법이 100%의 효율로 집행되는 가상의 세계가 있다고 가정해봐라. 그곳의 잠재적 위법자는 그들이 법을 어기는 즉시 발견되어 감옥에 간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만일 미네소타와 콜로라도, 워싱턴 주가 설립된 1850년대 이후로 완벽하게 법 집행이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최근의 법 개정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아무도 대마초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사람들은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만일 아무도 동성 간 섹스를 해 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각 주는 동성혼이 허용될 필요성을 느꼈을까?

발언의 자유를 통해 아이디어의 장(marketplace of ideas)을 만들고, 이것을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선택하는 정치 프로세스의 거름으로 이용한다는 것이 자유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다.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대부분은 이러한 아이디어의 장 내부에서도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장 내에서 어떠한 정보가 유통될지 결정하는 것에 특정 개인들이 다른 개인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준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한 사회 구조 내에 살아간다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욕구와 동기를 형성한다. 이것은 단순히 그 사회 구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현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상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끼친다. 다른 종류의 아이디어에 대해 담론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수준의 영향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다음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질까? 네가 바라오던 것을 갖는 것, 또는 애초에 네가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 기준이 만들어준 것.

우리가 현재 어떠한 것을 해도 되고(able to), 어떠한 것은 하면 안된다는(not able to) 경험. 이 경험은 가능한(possible) 것은 어디까지인지, 우리 의식의 경계선을 결정한다. 소도미 법을 위반하는 동성 섹스가 동성혼 합법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더불어, 기득권자들이 이야기할 자유는 장려하면서 행동은 장려하지 않는 이유키도 하다.

기술과 법률 집행

예전의 법 집행은 꽤 어려웠다. 법률 집행 기관이 누군가를 추적하려면, 집행 요원을 물리적으로 그 사람을 따라다녀야 했다. 모든 사람을 추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원이 필요할 테니.

오늘날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이 위치 정보를 통신사에게 전송하는 추적 장치(휴대폰)를 항상 몸에 지니고 있다. 그리고 통신사는 정부가 요청할 때 정보를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가진다. 모든 사람을 추적하는 것은 이제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며, 실제로 항상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2008년에 Sprint[3]가 정부의 요청으로 고객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8백만 회 조회한 적이 있다. 정부의 요청이 너무 잦아서 Sprint는 아예 정부 요원이 전화번호만 치면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자동화 서비스까지 구축했을 정도다.

법률 집행 기관의 예산 증가와 더불어, 자동차 번호 스캐너 도입이나 경찰용 드론 배치와 같은 자동화 추세는 법 집행 기관의 운영 방식의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준다.

경찰은 이미 그들이 가진 어마어마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그들의 모든 행동을 감시당하고, 그들 모두 ’가재법’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법을 위반하고 있다면, 처벌은 순전히 집행자의 선택에 따르게 된다. 힘을 가진 자들은 그들이 처벌하고 싶은 누구를 언제든지 처벌할 근거를 가질 것이다. 마치 아무런 규칙이 없는 것처럼.

이러한 새로운 권력 남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더라도, 법률 집행이 100%의 효율로 이루어지는 디스토피아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멀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새로운 경험—어쩌면 우리에게 잘 들어맞고 필요한 수도 있는 가치에 대한 경험—의 가능성 자체를 제거할 것이다.

타협

누군가는 사생활과 안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며, 둘 사이의 알맞은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만일 네가 그것을 믿는다고 해도, 훌륭한 협상가는 정반대 극단에 위치한 상대와 대화할 때 양보하며 시작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현재 우리의 상황이다. 우리는 안보와 사생활 사이에서 완벽한 타협점을 찾는 힘의 저울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감시 계약과 기술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베테랑 불도저를 상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를 마주할 때 양보해가며 이길 수 없다. 있는 힘껏 반대의 목소리를 끌어모아야 한다.

힘껏 반대의 목소리를 끌어모으기

만일 네가 생각하는 투표가 우리의 핵심 문제를 감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믿어도, 방정식의 반대편에서는 어마어마한 돈과 권력, 영향력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투표나 탄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인터넷 출신”이고, 이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힘이 있다.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 기술 솔루션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지금 Open Whisper Systems에서 오픈 소스 보안과 사생활 보호 앱 개발을 돕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감시 산업에 대하여 걱정이 된다면 너만의 반대할 방법을 고민해봐라. (Open Whisper Systems에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다.)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1. 개인정보와 보안 관련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2011년 트위터에 인수되었다.  ↩

  2. 법률 용어가 많아 주석으로 원문을 넣는다:
    “Worse yet, the statutory code sections often incorporate, by reference, the provisions and sanctions of administrative regulations promulgated by various regulatory agencies under congressional authorization.”  ↩

  3. 미국 내 3위 통신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