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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ōto, 초간편 노트 테이킹 앱

Nōto는 내가 올해 발견한 앱 중 최고라고 평가할 수 있는 앱이다. 무료로 다운받는 것이 도둑질처럼 느껴질 정도다.
자주 사용하는 이메일 두 개를 등록해두면,

  1. 앱을 열고,
  2. 텍스트를 작성하고,
  3.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Swipe.

이 세단계로 이메일을 발송한다.

빠르고, 가볍고, 안정적이고, 단순하고, 사용법이 직관적이라는 형용사에 최상급을 붙여서 칭찬해도 될 정도로 훌륭하다. 여지껏 이런 간단한 아이디어를 아무도 구현하지 않았던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ノート”라고 적힌 앱 아이콘 디자인이 일본어를 모르는 나에게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무료이니만큼 꼭 사용해보길 권한다.

사진 저장 UI

iOS의 카카오톡과 라인에서 상대방에게 받은 이미지를 저장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타난다.

KakaoTalk Image Save

Line Image Save

저장을 할 것인지 아닌지 재차 확인하는 기능도 아니고, 이미 되돌릴 수도 없이 저장되었다는 메시지에 굳이 OK 버튼을 달아서 귀찮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아래의 둘은 각각 페이스북과 트윗봇(Tweetbot)에서 이미지를 저장한 후의 화면이다.

Facebook Image Save

Tweetbot Image Save

이 경우는 사진이 저장되었다는 아무런 인디케이터가 없다. 버튼을 잘못 눌러서 저장이 안됬을 거라고 생각하고 여러번 저장을 반복하는 사용자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래 두 이미지는 리더(Reeder)와 공식 트위터 앱에서 이미지를 저장했을 경우 나오는 화면이다.

Reeder Image Save

Twitter Image Save

이게 제일 깔끔하다. 무의미한 버튼을 누를 필요없이 사용자에게 사진이 저장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고마우니깐 별표줄게요

다들 알고 있었는데 나만 알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최근에 트위터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트위터는 처음 관심글(Favorite) 기능을 구현할 때 이 기능을 일종의 북마크처럼 사용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어느 시점엔가 트위터는 개별 사용자가 멘션을 받을 때뿐만 아니라 내 트윗에 대한 리트윗이나 별표 등의 인터렉션이 발생할 때에도 푸시를 통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의 트윗을 관심글로 지정하면 상대방에게 그 알림이 가게 된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트위터의 관심글 기능을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멘션을 받았을 경우 그 사람에게 내가 당신이 보낸 트윗을 읽었으며 그것에 대해 고맙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1] 가장 빈번한 상황이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 일일이 감사하다는 답장을 하는 대신, 칭찬 트윗을 별표 함으로써 고마움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1. 귀찮게 각각 한 명씩 멘션을 보내지 않아도 ’내가 당신의 칭찬에 감사하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2. 멘션을 주고받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질질 끄는 대화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어떤 도구나 기능이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라크에서 총기를 거래의 창구로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현상보다는 좀 미시적일지 몰라도, 트위터의 관심글 기능은 실제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채기 어려운 미묘한 부분이기에 더욱 재밌다.


  1. 나는 MG Siegler의 팬이라서 그가 재밌어할 만한 것을 보면 멘션을 보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별표를 받는다.  ↩

Tab Dump

탭 덤프(Tab Dump)는 매일 발행되는 집약적 뉴스 큐레이터 사이트다.

소개에 의하면,

하루에 한 번씩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 목록을 링크한다. 단순히 헤드라인을 복사해 붙여넣는 것은 의미가 없으므로, 기사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요약해서 올릴 것이다.
I’ll publish a daily list of stories that I think are genuinely worth reading. I’m not going to copy and paste headlines, because that would be pointless. Instead, I will summarize each story in such a way that you’ll get a pretty good idea of what’s happened.

나는 이런 사이트를 정말 좋아한다. 스스로 News Junkie라고 표현할 정도로 세상사 따라잡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슈퍼마리오의 버섯 같은 존재다. 많은 저널이나 뉴스 사이트가 클릭해야만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낚시성 헤드라인으로 도배하는 요새 정말 고마운 사이트다. 특히, 테크 뉴스에 한정하지 않고 현실 세계[1]의 뉴스까지 소개해준다는 점이 예전에 있던 더 브리프(The Brief)보다 좋게 느껴진다.

부디 탭 덤프는 더 브리프나 이브닝 에디션(Evening Edition)처럼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길 바란다.

PS: 트위터에서 @SavedYouAClick을 팔로우하면 낚시성 헤드라인 기사들의 진짜 내용을 전부 까발려준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SavedYouAClick: Obesity. RT @cnni: Brazil battles its big, fat problem:


  1. Real World를 뭐라고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다.  ↩

테스트 풀의 필요성

자신을 스스로 얼리 어답터라고 표현하기는 낯간지럽지만, 나는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이 있으면 남들보다 먼저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주머니 사정상 비싼 디지털 기기를 출시할 때마다 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주로 앱이나 온라인 서비스에 한정되기 마련이다.

앱닷넷(App.net)이나 시크릿(Secret)과 같은 서비스도 처음 소개됐을 때 일단 클릭해서 가입신청부터 했었고, 최근의 예로는 무제한 사진 업로드 서비스 셔터(Shutter)나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은) 이모지 기반 네트워크 이모즐리(Emoj.li)등이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소개받는 경로는 유일하게 구독하는 IT 저널인 더 버지(The Verge)의 가장 비중이 크고, 그 이외에도 래핑 스퀴드(Laughing Squid)나 다른 영미권 블로거들의 소개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소개받은 서비스가 리포터 앱처럼 혼자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앱이나 게임인 경우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앱닷넷, 시크릿, 기타 위치 기반의 크라우드 소스 기반의 플랫폼이나 새로운 SNS 네트워크일 경우에는 혼자 사용하기가 난감하다. 이러한 서비스는 혼자 사용해서는 그 서비스의 진수를 경험할 수 없다. 저널리즘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새로운 네트워킹 플랫폼을 직접 경험해보고 각 서비스의 특징적인 UI나 컨텍스트가 개인의 사용 행태에 끼치는 영향을 관찰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같이 사용해 볼 사람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다.

트위터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상륙할 수 있었던 이유는 테크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어 사용자를 찾아다니며 팔로우쉽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트위터가 그 당시에 이미 해외에서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덕분이지,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해 인지도가 낮은 외산 서비스는 이러한 원동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한국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시크릿 역시 국내 사용자 베이스가 적고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묻혀버린 요인이다.

Chasm

매일같이 새로운 네트워킹 서비스가 등장하는 요새, 캐즘(Chasm)을 넘어서는 서비스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극히 일부의 수용자에게 도달한 상태에서 성장을 멈추거나, 수익성/지속가능성 등의 문제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패스(Path)가 이러한 성격의 매체, 캐즘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꾸준한 사용자층을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1]

나는 캐즘을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차별적인 특징을 가진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요~(Yo)[2]처럼 SNS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호할 정도로 단순한 네트워킹 서비스도 직접 사용해보아야 왜 이것이 언론에서 주목받는지, 정말 단순한 반짝 유행으로 끝나버릴 조잡한 앱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한때 생각했던 것은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해외에서 주목받지만 국내에 사용자가 거의 없는 서비스를 써보고 싶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테스트 풀(Test Pool) 그룹을 만들어 서로를 등록해서 여러 서비스를 사용해 볼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테스트 풀을 구축하는 것은 아무래도 웹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주도해야 참여도가 높다. 앱닷넷의 경우도 존 그루버(John Gruber)벤 브룩스(Ben Brooks)와 같은 유명 블로거들이 에반젤리스트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3]

이 방법이 어려운 점은 국내에서 그루버와 같은 폭넓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막강한 입김을 가진 블로거나 저널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김광현 기자님이나 임정욱 센터장님이 그나마 국내 IT 업계에서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분들이 위에서 언급한 소소한 신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장려할 여력이 있는지, 테스트 풀이라는 지극히 nerdy한 아이디어에 동참해줄 사람을 충분히 끌어모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개인정보가 있다. 비록 요새 출시되는 많은 서비스가 이메일 기반의 가입이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요구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특정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아이디나 이름(혹은 닉네임), 이메일 주소가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은 위험해 보인다. 시크릿처럼 익명 네트워크를 사용할 경우 이러한 문제는 아주 민감해진다.

마지막으로 친목질은 모든 것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테스트 풀은 일체의 오프라인 모임을 갖지 않는 철저한 온라인 중심 그룹인데, 이것을 그룹 내규 비슷하게 만들어 강제하는 것이 우스울뿐더러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친목질로 인해 신규 멤버를 소외시키는 배타적 집단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구상만 하고 안 될 것이라는 졸렬한 마음에 나는 기대를 접어버렸지만, 혹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적어둔다. 테스트 풀에 관심이 있거나 내가 모르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그룹이 있으면 알려주길 바란다.


  1. 6월 중순에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패스가 4백만 명의 액티브 유저가 있다고 하는데, 절대적인 숫자는 많아 보일지 몰라도 억 단위 사용자를 가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규모나 인지도를 생각하면 캐즘을 넘어서서 대중화된 SNS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2. 물결표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내가 임의로 넣었다.  ↩

  3. 안타깝게도 요새는 지속가능성이 의심되고 있다.  ↩

아이패드 케이블 연결 불량 문제

약 몇 주 전부터 아이패드가 내 맥북 에어에 연결됐다가 안 됐다가 반복하는 증상을 겪었다. 케이블을 끼우면 연결됨을 알리는 삐빅- 소리가 연속으로 나고 아이튠즈에서는 에러 팝업창을 띄우며 아주 짜증 나게 한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몇 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 같은 케이블로 아이폰을 연결할 때에는 어댑터를 통해 연결하건 맥북 에어를 통해 연결하건 같은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 같은 케이블로 맥북 에어가 아닌 어댑터를 통해 연결할 때에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나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다.
  • 맥북 에어의 USB 포트가 문제인가 싶어서 반대쪽 USB포트에 연결해도 같은 증상이 계속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아이패드를 맥북 에어에 연결할 때에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랩탑의 USB포트가 두 개 모두 동시에 망가졌을 가능성은 적고, 폰을 연결할 때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아서 아이패드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정 초기화도 해보고 아예 데이터를 전부 삭제해보았는데도 같은 증상이 계속되었다.[1]

결국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닌 하드웨어의 문제라서 아이패드를 수리해야 하나 싶어 트위터에 투덜거렸더니 다행히도 떠돌이님께서 동일한 증상을 겪어봤다면서 아이패드가 문제가 아니고 케이블이 문제일 거라고 알려주셨다. 오늘 케이블을 갖고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더니 정말로 케이블의 저항값에 문제가 있어서 연결이 안 되던 것이라고 직원분께서 알려주셨다.

혹시 아이패드 충전 연결 불량 문제로 동일한 증상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참조하길.


  1. 아이튠즈에 케이블 연결이 불가능하니 공장초기화는 진행할 수 없었다.  ↩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과 인간 사회의 종말

최근에 페르미 역설을 소개하며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와 우리가 그들과 접촉하지 못하는 이유를 비교적 쉽게 설명한 재밌는 글을 읽었다.

여기서 나오는 흥미로운 가정 중 하나가 ‘거대한 제거장치’(The Great Filter)[1]라는 것이다. 이 가정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그 생명체가 Pre-life의 원시적인 형태에서부터 하나의 은하계를 지배할 정도의 고등 수준으로 발전하는 과정 중에 이 제거장치라는 필터를 만나게 된다. 이 제거장치는 대부분의 생명체 혹은 문명이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과 같은 역할을 한다. 페르미 역설에서 설명하는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지금까지 이 제거장치의 관문을 통과한 존재가 없다는 것이다.

거대 제거장치가 무엇인지는 규정되지 않았다. 그저 ’지적 생명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막는 어떠한 관문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가정에서 생겨난 개념일 뿐,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생명체의 발현 그 자체일 수도,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단계일 수도[2] 있다.

제거장치는 우리 인류 문명도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을 한 번에 싹쓸이할 위력을 가진 감마선폭발이나 거대 운석의 충돌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제거장치로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문명 스스로 자멸하는 것이다.

[거대 제거장치의] 또 다른 후보는 모든 지적 문명이 기술 발전의 일정 수준에 이르면 스스로를 파괴하는 단계를 겪는다는 것이다.
Another candidate is the possible inevitability that nearly all intelligent civilizations end up destroying themselves once a certain level of technology is reached.

오늘 문득 트위터 피드를 보다가 이러한 자기파괴의 과정이 꼭 환경 오염이나 핵전쟁과 같은 요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트위터 피드를 보고 있으면 수많은 대립을 목격하게 된다. 가치관 차이에 의한 싸움에서부터 타인의 무지를 조롱하는 힐난까지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반목하고 있다. Web 2.0은 누구나 마이크를 잡을 기회를 주었고, 덕분에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전보다 더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이전의 시대는 다른 사람이 어떠한 태도를 보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피상적으로만 짐작이 가능했다. 여론조사나 투표 결과 따위로 대략적인 컨센서스를 파악하고 나와 비슷한 소득 수준, 거주 지역, 학력 수준의 사람들은 비슷한 태도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할 수 있었다. 논쟁의 여지가 있거나 정치적 성향을 밝히는 이야기는 막역한 사이거나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셔야만 나오는 것이었다. 결정적으로, 오프라인[3] 이외의 어떠한 방법으로 다른 누군가를 만나거나 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별로 친하지 않은 교수님들, 직장 선후배, 작년 여름에 어쩌다 술 한번 같이 마신 학교 동생이 동성혼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얼굴도 맞대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자기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나아가서는 얼굴을 보지 않은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뚜렷한 활동으로 어느 정도의 명성(reputation)을 형성하고 있는 하나의 존재가 의식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구체화된 한 명의 객체가 된다. 뚜렷한 하나의 객체가 나와 다른 의견을 갖는다는 것은 공격할 표적이 생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객체는 공격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반격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한 개인이 방대하게 많은 타인의 생각을 관찰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적은 없었고, 이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아직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인구가 43억 명이고[4], 뉴로 사이언스의 발달은 예의라는 것을 집어던진 날 것의 생각들을 관측하게 해 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이 인류 문명이 자멸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지극히 기술결정론적이고 식상한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내 트위터 피드를 통해 아주 사소한 문제로 쌈박질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러한 상상들이 실재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뭐, 서로 간의 다름과 결핍으로 인한 반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LCL의 바다로 돌아가는 서드 임팩트를 갈망하는 날이 올지도.


  1. ‘거대한 제거장치’ 혹은 ’제거장치’라는 번역은 경북대학교 황재찬 교수의 ‘과학을 묻다’라는 글의 번역을 따랐다.  ↩

  2. 지구 생명체가 원핵 생물에서 진핵 생물로 진화하기까지 20억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을 감안하면 일리가 있다.  ↩

  3.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는 오프라인 인간관계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것이다.  ↩

  4. Global Internet usage on Wikipedia  ↩

시크릿의 익명성

시크릿(Secret)이라는 서비스는 일종의 익명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시크릿의 원리는 간단하게 소개해서:

  1. 내 연락처에 있는 전화번호/이메일을 검색하여 시크릿 사용자를 찾아낸다.
  2. 찾아낸 시크릿 사용자는 모두 익명으로 친구 추가가 된다. 이 경우, 다른 사용자와 내가 모두 서로의 연락처를 갖고 있어야만 ’친구’로 등록이 된다.
  3. 내 친구들이 익명으로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거나 내가 익명으로 비밀을 올릴 수 있다.

혹자는 물어볼 것이다. 내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사람이 적을 경우 누가 쓴 글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즉 일종의 삼각측량(Triangulate)으로 짐작해낼 수 있지 않느냐고.

시크릿은 사용자의 신분이 알려지지 않도록 빈틈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두었다. 시크릿 사용자는 그저 모호한 짐작으로 ‘내 연락처에 추가된 사람 중 한 명이겠거니’ 정도만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우선 시크릿에서의 ‘친구(Friend)’ 개념은 트위터의 일방향적 팔로우 개념과는 다르다. 시크릿에서 누군가 당신의 ’친구’이려면 그 사람과 당신 모두 서로의 연락처에 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즉, 특정 누군가를 염탐하기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연락처에 등록해 놓아도 그 사람이 내 연락처를 갖고 있지 않을 경우 그 사람의 포스트를 볼 수 없다.

또한, 위 기준에 맞는 친구가 3명 이하일 경우 그 사람들이 올린 어떠한 포스트도 볼 수 없다. 각각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친구가 3명 이상 시크릿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내 스트림에 그 사람들의 포스트가 노출된다.

그리고 각 사용자가 포스트를 작성해서 올려도 즉시 모든 친구에게 해당 포스트가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임의의 시간차를 두고 임의의 순서로 노출된다. 시간 순서대로 각 포스트가 올라오는 트위터의 타임라인과는 다르다.

시크릿에 올라오는 포스트는 글쓴이의 이름이 표시되지 않는다. 내가 한 포스트에 내 정체성을 드러내는 내용을 적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 글의 글쓴이가 나라고 짐작 가능할 뿐, 내가 올린 다른 글과 나를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트림에 올라오는 포스트는 크게 다섯 가지 타입으로 구분된다. 각 포스트의 왼쪽 아래에 표시된 꼬리표로 이 타입을 구분할 수 있다. 각 타입의 포스트가 내 스트림에 노출되는 이유와 해당 포스트에 대한 나의 권한(좋아요[1], 댓글 쓰기 가능 여부)이 어떻게 되는지 간략하게 적어보겠다. ’징검다리’는 나와 특정 사용자 사이에 몇 번의 거리가 있는지를 말한다.

  • Friend: 1 징검다리. 싸이월드의 ’일촌’처럼 직접적인 친구 관계인 사용자의 포스트를 말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친구’가 올린 포스트. 포스트를 올린 사람과 당신이 서로를 연락처에 추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아요와 댓글 쓰기 모두 가능하다.
  • Friend of Friend: 2 징검다리. A라는 내 친구가 B라는, 내 친구는 아니지만 A의 친구인 사용자의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르면 나에게도 해당 포스트가 노출된다. 이때 그 포스트의 왼쪽 아래 끝에 Friend of Friend라고 표시된다. 물론 A와 B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좋아요와 댓글 쓰기 모두 가능하다.
  • 특정 지역 이름: Stockholm, London처럼 일반적인 지역 이름(General Location)이 표시된 포스트는 3 징검다리 이상 건너온 포스트다. 좋아요만 가능하다.
  • 별표 + 특정 지역 이름: 많은 사람에게 좋아요를 받아서 노출되는 포스트(Popular or Featured). 친구 여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좋아요만 가능하다.
  • 거리가 표시된 포스트(Nearby): 100 meters, 7.5 miles와 같이 상대적인 거리로 표시되는 포스트는 앱 설정에서 Turn On Nearby를 체크해야만 스트림에 보인다. 좋아요와 댓글 쓰기 모두 가능하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한국 사용자들은 위에서 이야기한 다섯 가지의 포스트 중 Friend나 Friend of Friend라고 표시된 포스트가 없을 것이다. 대신 Your Circle이라고 표시된 포스트를 발견할 것이다. 시크릿에 내 친구가 3명 이상이더라도 개발자가 이야기하는 충분한 숫자가 아닐 경우 Friend의 포스트와 Friend of Friend의 포스트를 모두 Your Circle이라고 뭉뚱그려 표시한다.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발한 기교다.

댓글을 쓸 때에는 귀여운 아이콘으로 각 사용자를 표시한다. 동일한 한 포스트의 댓글에서는 각 사용자가 하나의 같은 아이콘으로 표시되지만, 다른 포스트의 댓글에서는 또 다른 임의의 아이콘으로 표시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포스트에 댓글을 달 때에는 파란색 티셔츠 모양의 아이콘으로 내가 표시되고, A라는 포스트에 몇 번이고 댓글을 달아도 계속해서 파란 티셔츠로 나를 표시하지만, B라는 다른 포스트에서 댓글을 달 때에는 보라색 별모양의 아이콘으로 나를 표시한다. 내가 올린 포스트에 내가 댓글을 달 경우에는 왕관 모양으로 Author임을 알려준다.

기술적인 암호화의 방법은 이해하기 힘들어서 설명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용자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절대로 폰을 떠나 개발자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시를 이용해 사용자의 전화번호/이메일을 암호화한 후 서버로 전송되며, 이를 통해 각 사용자를 인증한다.[2] 시크릿의 기술적인 암호화 방법이나 데이터 보안을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읽어보길.

첨언: 최근 시크릿의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되면서 기존의 iOS앱과는 다르게 ’Friends’와 ‘Explore’ 두 개의 탭으로 스트림을 나눴다. 직접 써보진 않았지만 스크린샷으로 판단컨대 ‘Friends’ 스트림에는 Friend, Friend of Friend, Nearby 포스트를, ‘Explore’ 탭에는 Popular or Featured 포스트를 넣는 방식으로 나눈 것 같다. iOS 버전도 곧 이 업데이트가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1. 시크릿 개발자는 공식적으로 Love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한글 문맥에서는 이미 ’좋아요’가 너무 익숙하기에 이 글에서는 ’좋아요’로 적었다.  ↩

  2. 만일 해커가 암호화 방법 자체를 알아낼 경우 사용자의 연락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구글 서버를 해킹해서 해시 처리된 데이터를 빼내야 하는데,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방법처럼 들린다.  ↩

AI 그녀

몇 주 전에 쓴 글 오디오 시대의 도래, GUI의 몰락과 관련하여 재밌는 와이어드(Wired) 기사를 읽었다. 영화 Her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케이케이 바렛(KK Barrett)이 미래 인터페이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스크린으로부터 해방된 미래를 상상할 때 음성인식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렛은 “영화 Her에 등장하는 컴퓨터는 오늘날 존재하는 컴퓨터처럼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아서 스크린에 집중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 현상을 음악과 영화로 비유한다. 음악은 어디서든지 들을 수 있고 청취자가 무언가를 바라볼 필요가 없다. 즉, 상호보완적(complementary)이다. 반면 영화를 볼 때에는 시청자가 한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 하며 한 방향만을 바라봐야 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테오(Theo)는 이어폰만 끼고 있으면 무엇을 하는 도중이든 상관없이 OS로부터 정보를 받을 수 있다. […]

요새 사람들이 식사 테이블에서 무얼 하는지 상상해봐라.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다들 그게 무례한 짓이라는 것을 안다. 요새 등장하는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약속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열지 않아도 되는 자유 재량권을 주는 것.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보다 작고 은밀할지 몰라도 여전히 우리가 쳐다보아야 할 스크린을 갖고 있다. 바렛은 “작은 이어폰 하나만 꽂으면 당신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상상해봐라.”라고 질문을 던진다. 여전히 어느 정도 사용자의 주의가 분산되겠지만, 스크린을 볼 때처럼 눈꼴 사나울 정도는 아닐 것이다.

바렛은 음성인식 인터페이스가 사용자를 스크린으로부터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접근성을 더 높인다고 이야기한다.

완벽히 작동하는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는 다른 혜택을 가져다준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모든 것을 사용하기 쉽게 만들 것이다. 자연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OS를 탑재한 기기들은 모든 메뉴, 도구, 기능들이 단지 요청하는 것만으로 실행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현상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iOS나 ChromeOS와 같은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는 복잡한 파일 시스템 하이라키를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버렸다. 영화 Her에서 등장하는 기기들의 인터페이스는 오늘날의 운영체제들보다도 더 간단한 구조로 묘사된다. 바렛은 “영화의 주인공 테오가 기기를 사용하느라 호들갑 떨며 만지작거리지 않기를 바랐다.”고 이야기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테오는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It just works.”인 세상에 사는 것이다.

iOS에서 달력의 시작 날짜를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부터 보이도록 변경하는 방법을 알고 있나?[1] 아마 설정에서 이것저것 들락날락 거린 후에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언어를 이해하는 기기라면 “달력에서 시작 날짜를 월요일로 바꿔줘.”라고 말만 하면 끝이다.

좀 더 복잡한 예를 들어보자. 다른 팀원이 구글 드라이브에 올린 PPT 파일을 PDF로 변환해서 교수님께 메일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컴퓨터에서 이 작업을 하려면 수 분이 걸릴 것이다. 자연언어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면? “내 구글 드라이브 ‘커뮤니케이션 이론’ 폴더에 김지혜가 어제저녁 올린 PPT 파일 PDF로 변환해서 박주연 교수님 메일에 첨부해. 메일 내용은 … ” 이런 형식이 될 것이다.
자연언어와 맥락까지 이해하는 AI와 같은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면? 훨씬 더 간단하다. “컴이론 과제 어제 팀원한테 받은 거 PDF로 변환해서 교수님께 보내. 내용은 이전에 과제 제출했을 때처럼 정중하게 내용만 맞게 바꿔서.” 끝.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 바렛이 이야기하는 AI 운영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의 생산성을 진정으로 높여준다는 것이다.

AI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정된 하나의 성격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킬러 앱으로서의 AI의 특징은 사용자가 특정 상황에 필요한 것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감정 소모가 큰 이혼의 과정에서 허전함을 느끼는 영화 속 주인공 테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샘[테오의 인공지능 운영체제 이름]은 이런 테오를 위해 소개팅을 주선한다. 테오의 친구인 에이미가 남편과 갈라섰을 때 에이미의 OS는 테라피스트의 역할을 한다.

위 인용구에 이어 기사에서는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기술들, iOS의 방해금지 모드(Do Not Disturb)나 Google Now의 개인화된 서비스를 예를 들며 맥락을 파악하는 OS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부분은 OS가 사람의 감정상태를 이해하고 생산적인 상태로 되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목적 중 하나가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면, 슬럼프에 빠진 당신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OS는 가장 진보된 형태의 기술인 것이다.


  1. 설정 > Mail, 연락처, 캘린더 > 시작 요일  ↩

테슬라 자동차와 오트밀

내 꿈의 자동차는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드로리안이지만, 2013년 말까지 전기차로 재출시하겠다는 뉴스 이후로 드로리안에 대한 소식은 잠잠하다. 드로리안보다 현실적인, 현재 시중에 판매하는[1] 최고의 자동차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테슬라 모델 S(Tesla Model S)다.

테슬라 모델 S는 지금까지 접해온 베이퍼웨어(Vaporware), 즉 실제로 상용화되긴 어렵지만 기술만 독특하다고 광고하는 제품들과는 달리, 상용화에 성공한 전기자동차다. 테슬라 자동차 회사(Tesla Motors)는 구매자들의 편리와 판매 확대를 위해 대도시 근교에 무료 테슬라 충전소를 운영하는 등, 휘발유 자동차의 세대교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나처럼 테크 뉴스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면 테슬라 자동차의 CEO인 엘론 머스크(Elon Musk)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이후 IT업계에서 유명하다는 테크놀로지 에반젤리스트 목록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다. 테슬라 자동차 회사 이전에도 Paypal, SpaceX와 같은 독특한 벤처를 설립한 화려한 경력에, 미 서부를 연결하는 초고속 교통 시스템인 하이퍼루프(Hyperloop)를 고안하는 등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끌어낼 뿐만 아니라, TED에서 강연하는 등 대외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2]

내가 수년째 구독하는 사이트 중 오트밀(The Oatmeal)이라는 카툰 사이트가 있다. 매튜 인맨(Matthew Inman)이라는 카투니스트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단순한 생활 개그나 사회 풍자 등 다양한 만화를 그리는 사이트인데, 이 카투니스트의 열정 중 하나가 미국의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에 관한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자라며 읽었던 위인전이나 학교 교육을 되돌아보아도, 동시대에 살았던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의 업적에 비해 니콜라 테슬라의 업적은 평가절하되었다. 사실 에디슨은 테슬라를 착취한 악덕 고용주이며 비열하고 치사한 두시백에 불과했다. 전구를 발명한 사람이 에디슨이라는 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며, 에디슨이 자신이 발명한 것처럼 알리기 위해 못된 수를 썼던 것이다. 최근까지 에디슨이 테슬라보다 더 칭송받았던 이유는 모두 에디슨이 테슬라를 상대로 펼쳐온 네거티브 전략의 영향이 크다.

이렇게 실제 업적과는 다르게 니콜라 테슬라가 역사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것을 아쉬워한 매튜 인맨은 오트밀을 통해 테슬라의 업적과 에디슨과의 관계 등을 소개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

이러한 그의 열정 중 하나가 테슬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박물관을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는 뉴욕 주에 워든클리프 타워(Wardenclyffe Tower)라고 불리는 실험실을 세워, 지구 전체에 무선으로 에너지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자금의 문제로 실험은 완성되지 못했고 세계 1차 대전 도중 이 시설은 파괴되고 말았다. 이후 워든클리프 타워의 실험실 용지는 최근까지 어떤 필름 생산 업체의 소유였는데, 해당 업체는 2012년 중순에 이 용지를 팔기 위해 내놓으면서 남아있는 테슬라 실험시설을 모두 해체한 채로 판매할 수 있다고 옵션을 걸어 광고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매튜 인맨은 위대한 발명가의 마지막 흔적을 보존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비영리 기구를 설립하고, 워든클리프 타워 실험실 용지를 매입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여 33,00명에게 137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때, 테슬라 자동차의 엘론 머스크도 2,500달러를 기부하였다. 결국, 테슬라의 실험실 용지는 다른 영리 기관에 넘어가지 않고 안전하게 테슬라 박물관 건립을 위한 비영리단체의 소유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 스토리다. 사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공익을 위한 테슬라 박물관 건립을 위해 독자들을 설득하고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한 것은 테슬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커뮤니케이션 수완이 빛을 발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실험실 용지를 사들였다고 박물관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용지에 남아있는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건물을 짓는 등 진짜 박물관이 되기 위해서는 80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매튜 인맨은 그저께 이 박물관 설립 비용에 관한 카툰을 오트밀에 올렸다. 여기서 테슬라 자동차의 이야기를 꺼낸다. 테슬라 자동차 회사는 실존했던 인물 니콜라 테슬라와 어떠한 연관도 없으며, 회사의 설립자 중 테슬라의 가족과 관련 있는 사람도 없다. 테슬라 자동차가 테슬라의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는 모든 테슬라 자동차의 모터가 테슬라가 고안한 특허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라는 이름 자체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으며, 테슬라가 등록했던 특허 또한 시효가 지나 만료되었기 때문에 테슬라 자동차가 테슬라의 이름을 사용하는 데 어떠한 법적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맨은 엘론 머스크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테슬라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나(인맨)와 같은 긱이 열광할만한 좋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엘론 머스크가 하는 일들, 테슬라 자동차나 SpaceX는 모두 사람들을 가슴 뛰게 하는 기발한 사업들이며 열렬한 팬으로서 지켜보고 있다고. 그리고 당신의 팬으로서 제안하기를, 당신이 테슬라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고 테슬라라는 이름을 슬기롭게 사용하는 방향으로서, 지난번 2,500달러에 이어 이번에는 800만 달러를 모두 기부하는 것이 어떠냐고 정중하게 요구한다.

뻔뻔스러우면서도 대담한 요구다. 하지만 절대 얄밉지가 않다.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 자동차 회사가 테슬라 박물관 건립을 위해 기부를 해야 한다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와 니콜라 테슬라에 관심이 있는 독자와 공중에게 이 기부가 모두에게 이로운 행동이 될 것이라고 호소력 있게 설득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엘론 머스크가 이 요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부탁한 8백만 달러 전액을 기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테슬라 박물관 건립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 부탁을 받아들일 아무런 의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한 엘론 머스크도 대단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테슬라 자동차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부탁에 응해야 한다고 인식 변화를 이끌어낸 매튜 인맨의 PR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1. 비록 북미에서만 구매할 수 있지만.  ↩

  2. 상당히 효과적인 PR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SpaceX나 테슬라처럼 신기하고 흥미를 끄는 사업에 대중의 관심을 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펀드 레이징이나 매출 증가와 같은 금전적 이득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제동을 거는 법규에 대한 공중의 인식 변화를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